충남 부여의 한 연못 수면 위로 청초한 수련 꽃봉오리가 하나둘 수줍은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. 이른 아침 자욱한 안개를 뚫고 연잎 위로 또르르 굴러가는 새벽이슬의 풍경은 이 계절 부여가 아니고서는 마주하기 힘든 조용한 정취다. 충남 부여읍에 자리한 궁남지는 단순히 초여름 꽃을 구경하는 흔한 나들이 장소에 머무르지 않는다. 이곳은 백제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의 국경을 초월한 서동요 전설이 고스란히 숨 쉬는 신화적인 공간이자, 땅속에서 백제 시대의 기단석과 기와 조각들이 고스란히 발굴된 역사적 현장이다.